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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이야기

눈과 입으로 담는 일본 가이세키 요리 (프랑크푸르트 Nihonyori 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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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o. Leute :)

안녕하세요. 여러분. 구나 Guna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글감이 소진되어 한동안 티스토리 업로드가 뜸했습니다. 그렇게 강제로 절필 생활을 하던 와중, 친구의 제안으로 며칠 전, 굉장히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일본 정식 요리인 가이세키를 먹기로 한 것입니다. 블로그에서 몇 차례 언급을 한 적이 있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질 좋은 해산물 먹기는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해산물뿐만 아니라, 우리가 "맛있다"라고 표현할 만한 음식이 외식에서 찾아보기 힘든 곳이기도 합니다. 아마 프랑크푸르트에서 거주하는 분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실 얘기일꺼라 생각됩니다.


그런 미식의 불모지인, 프랑크푸르트에서 무려 일본 정식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오랜만의 외출로 스트레스도 풀 겸, 도전해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음식점 리뷰를 남기기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가이세키"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가이세키란? (会席料理) 席料理


간단히 이야기하면, 일본식 코스 요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본의 료칸에서 차려지는 휘황찬란 아름다운 색채의 가정식 코스를 우리 모두 흔히 상상할 수 있죠? 그것 또한 가이세키 요리입니다. 마치 연회에 초대된듯한 화려한 상차림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구성은 사키즈케(先付け, 전채), 완모노(椀物, 삶은 요리, 맑은국), 무코즈케(向付, 사시미, 회), 하치자카나(鉢肴, 구이 요리, 생선), 시이자카나(強肴, 삶은 요리 모둠), 토메자카나(止め肴회, 무침), 식사(밥, 된장국), 물과자(水菓子, 과일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절차와 정성이 들어간 요리다 보니, 가이세키는 가격대가 꽤 있는 편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다녀온 프랑크푸르트의 가이세키 요리 전문점 Nihonyori Ken에서의 리뷰를 공유해보겠습니다. 음식점은 작센하우젠 Nord에 위치해있습니다. 


(Nihonyori Ken / 출처 : Frankfurt-Tipp.de Facebook)


- 상호 : Nihonyori Ken 日本 料理 謙

- 주소 : Wallstrasse 22, 60594 Frankfurt am Main

- 웹사이트 : 링크


코스는 7개의 요리가 나오는 코스(77 EUR)와 10개 요리(98 EUR)가 나오는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0코스 기준, 식사 시간은 최소 3시간 정도 소요되며, 7코스는 10코스보다 메인 요리 3개가 생략된 간소화 버전인데, 저와 친구들은 제대로 즐겨보자 싶어서, 10 코스로 선택하였습니다. 가게 외부에는 간편히 전면에 달려있지 않아, 나만 아는 은밀한 장소에 방문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부는 특별히 고급스럽다는 느낌보다는 일본 특유의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의 나무 소재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테이블 5, 6개 정도가 놓여있었고, 그리고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것을 볼 수 있는 Bar 자리 정도로 작은 규모의 식당이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눈길을 끌었던 건 역시, 기모노를 입은 웨이트리스분들이었습니다. 정갈한 용모와 특유의 친절함으로 맞이함으로써, 예전에 일본 여행에서의 추억이 짧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자리에 앉아, 마스크로 가빠진 숨을 화이트 와인으로 가라앉혔습니다. 차가운 식전주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근황 얘기를 짧게 나누니, 금방 스타터가 준비되었습니다. 


(식전주, 스타터 / 출처 : 본인 촬영)


차가운 소면에 토마토, 오쿠라, 청어 한 조각. 우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유튜버 룬룬쓰님이 요리 재료로 자주 사용하시는 오쿠라를 드디어 먹어보는구나 싶었습니다. 고추랑 비슷한데 룬룬쓰님의 자녀인 미미쨩이 잘 먹는다고 해서 영상 볼 때마다 늘 맛이 너무 궁금했었거든요. 약간 고추맛이 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식감은 전혀 고추의 그것과는 달랐습니다. 간이 되어 있는 청어가 국물에 배어 나와 청량감 있으면서도 짭짤한 간이 잘 어우러졌고, 자칫 밋밋한 맛을 토마토의 상큼함이 잡아주었습니다. 차가운 국물에 떠 있는 생선이 저에게는 조금 낯설었지만, 소박하면서도 재미를 주는 요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나온 요리는 에피타이저


(에피타이저 / 출처 : 본인 촬영)



첫 번째 에피타이저다시 육수에 데친 계절 채소였는데, 아스파라거스 맛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두 번째 에피타이저는 큰 접시에 3인분이 함께 나왔는데, 튀긴 문어, 레드 와인에 시머링한 무화과, 미소에 절인 구운 오리고기, 튀긴 참깨 두부, 간장 연어구이, 순채 식초 절임이 플레이팅 되었습니다. 각 에피타이저의 맛 밸런스가 좋았고, 특히 부드러우면서도 얇은 튀김옷의 문어와 달달하면서도 레드와인 특유의 풍미가 느껴지는 무화과가 맛있었습니다. 순채 나물은 처음 먹어보는 식재료였는데, 식감은 물컹물컹, 시각적으로 코에서 나오는 분비물(ㅋㅁ... 쿨럭) 같기도 해서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드디어 기대하던 사시미 종류가 나왔습니다. 두툼한 참치 뱃살과 더불어 계절 생선 사시미가 놓여졌습니다. 


(사시미 / 출처 : 본인 촬영)


생선회는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생각보다 큰 감흥이 느껴지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프랑크푸르트라는 기준을 놓고 본다면, 훌륭한 사시미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전에 베를린이나 한국에서 먹었던 싱싱한 회와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사시미 요리는 시즈닝이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미소 된장을 입힌 너트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회의 담백한 맛과 어우러져 만족도가 높았던 디쉬였습니다.


뒤이어, 튀긴 연근과 새우 요리, 훈제 황새치요리를 맛보았습니다. 구운 요리까지 먹으니, 배가 너무 불렀지만, 얘기하면서 천천히 먹으니 코스를 다 미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사 시간이 최소 3시간으로 잡혀있긴 했지만, 가이세키를 먹는 다른 팀들을 보니, 다들 식사 속도가 빠른 것 같았습니다. 저희보다 늦게 온 팀이 코스를 먼저 끝마치는가 하면, 벌써 디저트를 먹는 팀도 있었지만, 저희는 느긋하게 3시간을 즐길 생각으로 식사를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Vinegared Dish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고 흥미로웠던 요리였습니다.


(Vinegared Dish / 출처 : 본인 촬영)


시어드한 방어에 노른자, 비네거, 다시마, 애플 비네거 젤리. 노른자의 노란 빛깔, 보라색 꽃으로 데코가 투명한 유리잔에 담겨 시각적으로도 너무 예뻤습니다. 노른자의 크리미하면서도 부드러운 맛과 적절하게 새콤달콤한 비네거의 맛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쫀득한 방어와 젤리의 씹는 식감까지 더해져 코스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디쉬가 아니었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 요리만 한 번 더 맛보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요리였습니다. 


따뜻한 전골 요리가 나오기 전, 개인 앞에 작은 미니 화로가 놓여졌습니다. 나혼자 산다에서 경수진 배우님이 미니 화로로 집에서 고기와 조개를 구워 드시는 걸 보고, 미니 화로를 장만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작은 전골 요리도 가능한 것을 보니, 나중에 꼭 하나 장만할 것 같습니다. 고기살도 너무 부드럽고, 깔끔하면서도 고소한 국물맛을 보니 이미 배가 많이 불렀지만 밥을 말아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골 요리 / 출처 : 본인 촬영)


드디어 탄수화물이 나올 시점이 되었습니다. 이미 배가 많이 불러서, 지금에서야 밥이 나온 게 조금 의아했지만, 가이세키에서 쌀 요리는 마지막에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다시 먹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웨이트리스분이 큰 솥에 들어 있는 밥 안에 야채 튀김, 토마토 등을 잘게 섞어주시며, 개인 그릇에 밥을 소담히 퍼주셨습니다. 


포만감을 잔뜩 안고, 디저트를 기다렸습니다. 



(디저트 / 출처 : 본인 촬영)


복숭아 셔벗과 콩포트, 로스팅된 콩 맛 아이스크림. 고소하고 젤라토만큼이나 쫀득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자니, 인절미 맛과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 모음이 한 번 더 나고 나서야 기나긴 코스 여정이 끝났습니다. 


가격은 와인 두 병(3명 쉐어), 10코스 가격, 팁까지 해서 1인당 140유로를 냈습니다. Wow... 아마 프랑크푸르트에 와서 외식비로 제일 많이 내본 가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맛있다"라는 평을 내놓긴 힘든 곳이지만, 저에게는 첫 가이세키니만큼, 오감으로 즐긴 특별한 경험이어서 즐거웠고, 오랜만에 3시간을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여유를 갖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희소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날을 좀 더 화려하게 물들이고 싶다면, 프랑크푸르트의 이곳을 추천합니다. 


오늘도 저의 티스토리에 찾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더 좋은 포스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한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구나 G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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