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털어버리고.
안녕하세요. 구나 Guna입니다. 코로나로 올해 계획했던 여행들이 다 취소되어 우울한 마음을 안고 있던 찰나, 작년 가을쯤에 엄마와 함께 찾았던 제주도 여행이 생각나, 오늘은 제주도 여행기 시리즈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2019년 10월에 방문하였던 제주도 2박 3일 여행기. 지금부터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 시기를 잘 견디고 이후에 제주도로 여행을 가실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매년 1회 정도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10월 추석 기간에 한국에 방문했고, 10월 초쯤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2박 3일 엄마와의 제주도 여행은 그렇게 참 순탄할 것만 같았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작년 10월 초에 태풍 "미탁"이 제주도를 강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점심 메뉴도 아니고 이름이 왜 미탁인지...... (참고로, 독일에서 점심 특선 메뉴를 Mittagsmenü라고 합니다) 계획대로 제주도 여행을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태풍 피해가 비교적 적은 곳으로 여행을 갈 것인지, 날짜를 조정할 것인지 끝도 없는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새로 예약을 다 조정하느니, 차라리 태풍의 영향이 적었던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것을 고려했지만, 엄마는 간만의 제주도 여행을 꼭 가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때부터 아고다와 제가 예약했던 티웨이 항공과의 일정 변경을 시작했습니다. 아고다 측에서는 태풍으로 인해 여행이 불가한 상황이므로 무료로 날짜 조정을 해주었고, 티웨이 같은 경우는 비행 날짜와 근접해서야 결항이 결정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항공사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예약된 티켓을 취소하고 재구매를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차액은 크지 않아서, 이전과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예약 변경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모든 일정을 변경하고 태풍이 지나간 맑은 하늘의 제주를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제주에 도착하니, 조금 이른 점심시간이어서 오후에 관광하려는 사려니숲길 근처의 전복 돌솥밥 전문점인 "효섬마을초가집"로 바로 갔습니다. 아무래도 캐리어가 있어서 이 구간은 택시를 이용하였습니다. 다행히 무사히 도착하여, 인터넷에서 보던 예쁜 초가집이 저희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밖에는 정겨운 진돗개와 화사한 꽃밭이 있었고, 식당 안에는 예쁜 한지 인테리어로 옛스러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저 둘 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활전복 돌솥밥 정식을 시켰는데, 전복 내장이 들어가서 그런지 저한테는 솔직히 조금 비렸습니다. 김이 같이 나와서 밥에 싸 먹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김이 짜지 않고 맛있었고, 전복밥보다는 사이드 메뉴로 나온 생선구이가 훨씬 맛있었습니다.
그렇게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택시를 타고 사려니숲길 입구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왜 호텔에 들러 캐리어를 두고 여행을 하지 않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 설명해 드리자면, 제가 예약한 호텔과 관광지 위치를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예약을 한 호텔은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더베스트제주성산호텔입니다.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여행 루트가 여행 전에 수정되어, 관광지와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 호텔을 자리 잡는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성산에서 공항까지 직행버스가 있고 주요 관광지로의 대중교통도 꽤 있는 편이라 전 오히려 조용한 외곽 쪽에 호텔을 잡은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자가용이 있는 분들은 사실 어디에 호텔을 잡으셔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저처럼 뚜벅이 여행자분들은 꼭 공항 근처, 중심가 근처가 아닌 성산도 괜찮은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참고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사려니숲길에 도착하고, 친절한 인포메이션 센터 직원분께 부탁드려, 캐리어를 맡기고 홀가분히 사려니숲길을 관광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가장 기대했던 관광지인 만큼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여유롭게 자연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쭉한 나무들이 빽빽한 숲길 속을 걸으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찍 공항으로 향하고 혹시나 버스를 놓칠까, 잘못된 길로 들어설까 봐 긴장했던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는 아침을 뒤로하고, 엄마와 여유롭게 대화도 하면서 사려니숲길 이곳, 저곳을 걸어보았습니다. 대단한 풍경이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는 바쁜 우리의 마음을 쉬어갈 수 있기에 충분히 정겹고 평온한 관광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려니숲길에서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뒤, 드디어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사려니숲길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제주도 중부에서 동부로 이동하는 거라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버스에서 엄마와 저 둘 다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종점인 성산항에서 호텔까지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웃음). 호텔은 엄마와 제가 지내기에 충분히 넓은 공간이었고, 화장실이나 객실의 청결 상태도 좋았습니다. (구) 라마다호텔답게 객실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느껴졌고, 호텔 1층 로비에는 편의점과 아침 /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내려두고, 잠시 커피를 마시러 다시 호텔 밖으로 나왔습니다. 성산호텔 근처는 젊은 트렌드에 맞는 플리마켓이 열리는 광장, 문화복합공간식 카페, 음식점들이 많이 위치해있었습니다. 호텔에 나와서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카페 도렐" 본점이 위치해있었습니다. 외관이 화려하고 트렌디하긴 했지만, 관광지 카페답게 맛은 별로가 아닐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이곳에서 먹었던 아인슈페너는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엄마도 저도 단 음료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곳의 아인슈페너는 적당히 달달하면서도 커피의 향긋함이 살아있었습니다. 저는 이 커피 때문이라도 다음번에 또 성산호텔에서 묵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출처 : bigsta.net)
호텔에서 잠시 쉬면서 저녁 먹을 곳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제주에 왔으니 역시 흑돼지는 한 번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검색을 했는데, 주변에 흑돼지 전문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평점 또한 비슷한 수준이어서, 어딜 들어가도 괜찮은 흑돼지를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에서 나와 호텔 앞에 있는 광치기 해변에서 보이는 성산 일출봉을 잠시 감상하였습니다. 작은 해변이었지만 가족보다는 커플, 젊은 여행객들이 몇몇 보였고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짧은 감상을 마치고 본 목적인 흑돼지 음식점으로 바로 향했습니다. 통화했을 때, 예약은 따로 필요 없다고 해서, 음식점에 들어섰는데, 늦은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을 보니 관광객들에게 꽤 인기가 많은 음식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음식점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가격은 착하지 않지만, 멜젓에 찍어 먹는 흑돼지의 맛과 다양한 고기 부위, 특히 처음으로 시도한 돼지 껍데기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미친 듯이 배가 불렀지만, 호텔 아래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줏거리를 사서 엄마와 도란도란 2차를 방에서 편안히 가졌습니다.
이렇게 1일차 제주여행을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일정 변경, 엄마를 모시고 가는 여행인데 차가 없어서 이런 저런 걱정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대중교통도 잘 되어있고, 만난 분들 모두 친절히 도움을 주어서 기분 좋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2일차에는 엄마를 모시고 이렇게 걸을 수만은 없으니,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였습니다. 저희 어머니왈, 제주도 여행 중 제일 편하고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던 그 여행 내용을 2편에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공감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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