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재 ing. 해외 취업기

[WEST 체험기 01] 한국의 집순이 미국에 첫 발을 내딛다 (샌프란시스코 관광, intrax 어학원)

728x90

집순이의 해외 체류기


제 블로그 소개 글에도 적혀있지만, 저는 사실 제가 해외에서 생활하게 될지 상상도 못 했을 정도로 저는 집을 너무나 사랑하는 집순입니다(물론, 해외에서 집순이로 생활하고 있지만요). 평소에는 활발하게 외부 활동을 하지 않지만,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순간을 좋아하는 저도 몰랐던 저의 성향을 찾아준 것이 미국에서의 체류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가서 뭐 하려고?"


휴학을 1년 결심했던 저에게 주변인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이었습니다. 뭐라도 대외활동을 해야 하니까? 현지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서? 학업이 지쳐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에게 WEST 참여의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지원금으로 미국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에서의 교환학생 경험으로 문화교류와 해외 취업에 대한 목표를 세우게 되었고, WEST가 시기적절하게 제 꿈의 첫발판을 잘 만들어줄 거란 생각이었습니다. 


몇 차례의 인터뷰와 수속 끝에 드디어 제가 선택한 어학원(intrax)가 위치해 있던 샌프란시스코로 가게 되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로 선정한 이유는 어학원의 위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혼재되어있으며, 변화와 Leading의 중심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 실리콘 밸리 등이 인접해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렇게 큰 기대를 안고 샌프란시코에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저 말고도 OT 때 같은 기수의 분들 3명 정도와 출발 일정을 맞췄기 때문에, 긴 여정이 생각 보다 떨리진 않았습니다. 다만, 공항 입국 심사가 너무 오래 걸려서 1시간 30분 - 2시간으로 오랜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는 것이 힘들었죠. 한국에서 미국으로 떠나기 전, 미국은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질문에 대해 버벅거리거나 의심스러워 보이지 않는 답변을 하려고 준비도 했었는데, 막상 제 차례가 되었을 때는 미국에 왜 왔는지, 어디서 묵을 건지 등이 기본적인 질문만 하고 별 무리 없이 통과 시켜 주었습니다. 


그렇게 공항에서 나와서 우버를 타고 집을 구하기 전까지 지낼 임시 거처(호스텔)로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꽉 막힌 도로만 보다가, 넓은 도로에서 차가 쌩쌩 달리는 것을 보니, 처음으로 미국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출처 : 본인 촬영 사진)


그렇게 도착한 호스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 거주 환경에 좀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같이 화장실을 쓰는 것, 소음, 다른 거주자의 생활 패턴 등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될 것 같아서 초반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곳에서 있기로 한 기간은 2주. 그 안에 집을 찾을 수 있겠지라는 희망과 그래도 같은 프로그램 참가자와 함께 방을 쓰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어학원 수업은 아직 시작하기 전이었고, 5일 동안 호스텔 주변 지역과 관광을 해보자는 계획으로 참가자들과 열심히 도시를 탐험하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트램도 타보고, 금문교, 지그재그 모양이 인상적인 롬바르드 언덕, 피어 39 등. 샌프란시스코의 따스하고 선선한 날씨 아래 저희의 발걸음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곳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한마디로 "여유 그 자체"였습니다. 저녁에 아무런 공연도 없는데 광장에 모여서 자연스럽게 춤을 추기도 하고, 버스에 타면 무조건 인사하면서 기사와 앞에 앉은 승객이 안부와 소소한 이야기, 농담을 나누는 풍경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출처 : 본인 촬영 사진)


그렇게 5일이 지나고 길치인 제가 호스텔 지리를 파악할 때쯤, 드디어 어학원이 개강하게 됩니다. 신나게 놀다가, 가자마자 레벨 테스트를 하려고 하니 제가 긴장을 놓쳐서였을까요? 생각보다 낮은 레벨의 클래스(중상 레벨 정도)로 들어가게 되어 제 스스로에게 실망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과 비슷한 영어 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높은 레벨의 클래스에 들어가게 되는 다른 참가자를 보면서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제 영어가 부족했을 수도 있고, 어쨌든 시험을 잘 못 본 것은 저의 탓이니까요. 


그렇게 분반 테스트를 마치고, 각자 다른 반에서 영어 수업을 듣게 됩니다. 제가 속해있던 반에서는 주로 생활 영어를 가르쳤지만, 다른 참가자분들께 들어보니, 고급반으로 올라갈수록 토론 수업 비중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저는 반에서 또 다른 WEST 참가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어학원생을 만나게 되었고, 프랑스, 오스트리아, 태국, 중국, 대만, 일본 등 저희 반은 아시아인 비율이 더 많은 것 같았는데, 이 또한 반의 레벨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오전에는 그렇게 일상 영어 회화를 마치고, 오후에는 미국의 문화나 역사, 슬랭 등 자신이 원하는 선택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샌프란시스코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문화 수업을 선택했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전체적인 미국의 역사, 문화와 더불어 샌프란시스코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 축제 등에 알려주셔서, 저희끼리 그냥 보고 왔을 때는 놓쳤던 관광지의 숨은 이야기를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오후에 수업까지 마치고 나서는 계속 집을 찾았습니다. 


자려고 소등한 호스텔의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저희 모두 홈리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계속 렌트 공고를 확인해야만 했습니다(참고로 저는 Craiglist와 heykorean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였습니다)


- Craiglist : https://sfbay.craigslist.org/search/apa

- HeyKorean : https://rent.heykorean.com/web/us/property/list?rarea=14


생각보다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이 턱없이 비쌌고, 도시 중심가 쪽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버젯으로 도저히 제 개인 방을 가질 수 없는 시세였습니다. 집을 구하기 어려운 유학생들이 거실에 커튼을 치고 큰 거실을 방 두 개처럼 나누어 썼다는 사실도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실제로 저는 집을 구하기 위해 총 7군데 정도의 집을 보러 다녔는데 모두 샌프란시스코 외곽 쪽에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쉽게 구해지지 않는 집에 스트레스와 불안이 극심했었습니다. 고집스럽게도 혼자 쓰는 옵션도, 어학원과 가까워야 하는 거리도, 가격도 포기를 못하다 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죠. 그 와중에 다른 참가자들은 무난하게 집을 찾게 되어 하나둘씩 호스텔을 떠나기 시작했고, 저는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홈스테이를 알아봐야 할까, 조금 비싼 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어학원에 물어봐야 할까 하던 와중, 저희 반 수업을 담당하시던 선생님 한 분께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꼭 샌프란시스코 안에서만 집을 찾을 게 아니라면 다른 가까운 도시는 어때? Alemeda 같은 곳. 나도 거기 살고 있어"


알라메다? 처음 들어보는 지역 이름에 구글맵으로 찾아봤는데, 저 긴 다리를 건너 심지어 오클랜드를 거쳐 들어가야 하는 East Coast에 위치한 지역이었습니다. 교통이 까다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어학원 근처에 알라메다까지 가는 직행 버스 역도 있고, 도시 중심보다는 한적하고 은퇴한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어 치안도 좋다는 말씀을 덧붙여주셨다. 듣고 보니 솔깃(전 사실 엄청난 팔랑귀여요.)하여 집 구하는 사이트에서 알라메다를 검색하였다. 그러다 한 달 월세 800달러에 개인 방이 있고 플랫 메이트 1명과 같이 화장실, 부엌, 거실 등을 공유하는 옵션이 있어 연락을 취해보았다. 연락받으신 분은 유학원을 운영하시는 분이셨는데, 현재 유학원에서 오는 학생들이 많지 않아, 일반인에게 렌트를 하려고 하니, 생각이 있으면 집을 보러와도 좋다는 말씀이셨다.


알라메다로 가기 위해, 어학원 근처의 버스 역을 가보았다. 배차 간격은 20-30분 정도였고, 다만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는 40분-1시간 간격으로 있어, 만약 이 집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면, 버스 시간을 잘 맞춰야 할 것 같았다.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오클랜드를 거쳐 드디어 알라메다 입성!

(출처 : Google Maps)

(출처 : apartmentherapy - pinterest)


그렇게 도착한 알라메다는 비록 도시처럼 고층 건물이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 켠이 따스해지는 아기자기한 주택가와 한적한 길거리가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버스 역에서 15분 정도 여유롭게 걷다 보니 어느 새 flat viewing을 하기로 한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외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고, 비슷한 아파트 빌딩이 여러 군데 밀집된 형식이었고, 안에는 공용으로 사용 가능한 gym, 바비큐 그릴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건물도 신식이고 깨끗한 이미지 덕분에 좋은 인상을 받았고, 보여주신 집 내부 또한 깔끔하고 개인 방도 넓었습니다. 가구 또한 이미 비치가 되어있어서 제가 사야 할 것도 없었고, 정말 몸만 들어와서 정리만 하면 될 수준이었기 때문에, 저는 더 고민하지 않고 며칠 뒤에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살게 된 저의 플랫 메이트도 착하고 순둥이 이미지의 동생이기만 했는데, 저랑 유머 코드와 드립 취향이 비슷해서 나중에 죽이 너무 잘 맞는 현지 친구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집도 찾고 어학원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다음편은 본격적으로 어학원에서 친구 사귀기, 영어 공부 팁, 한국과 다른 미국 문화 등의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이 긴 코로나 역경이 끝나고 WEST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게 될 분들, 미국 유학을 떠나게 되실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공감과 댓글은 큰 도움이 됩니다:)

728x90